리그오브레전드 롤 유저로써 바라는점들 생각 고찰
전 세계를 통틀어서 게임 산업과 이-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해 하실 분들이 많겠죠. 그만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우리 민족 특유의 응집력으로, 스타크래프트의 수입과 대중화를 바탕으로 삼아 “PC방 문화,” 그리고 더 나아가 게임을 스포츠의 장르의 하나로 인정하는 단어인 “이-스포츠”를 받아들여 이 문화를 가장 크게 발전시킨 나라입니다. 이제 이-스포츠를 시작해 기본 디딤돌을 놓아가는 나라들에게 대한민국은 가장 큰 표본이며, 롤 모델이 되는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리고 대중은, 한국 이-스포츠의 새로운 길 하나를 개척한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에 열광합니다. 2009-10년 즈음에 미국에서 자그맣게 스케치되고 디자인된 이 게임은 불과 2-3년 만에, 전세계 사이버 게임 계에서 빼먹을 수 없는 큰 신드롬을 일으켰고 서버가 오픈된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신(新)청소년 문화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2년 한국서버가 오픈됨과 동시에 유명 중소기업, 대기업들은 이 새로운 게임에 투자해 프로팀을 모집했고, 자연스럽게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 이-스포츠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필자는 그때 리그오브레전드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롤챔스(2012 스프링)도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롤챔스의 규모는 더욱 커져 용산 전쟁기념관과 인천 삼산체육관을 거쳐 잠실보조경기장까지 그 활동 무대를 넓혔습니다. SKT T1 2팀과 KT 불릿츠가 맞붙었던 2013년 섬머시즌 결승전에서는 서울시장 박원순씨께서도 직접 영상 메세지를 보내 “롤챔스는 이-스포츠 최고의 체전이다”라는 말과 함께 축하의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으로써, 그리고 롤을 즐기는 사람 중에 한명이고 이걸 주위에 당당히 말하는 사람 으로써 이 같은 문화의 발전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필자는 96년생으로 고등학교 2학년, 지금은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고 2012년 중순 아는 후배로부터 추천을 받아 한국서버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해 30레벨을 달성하고 지금은 NA 북미서버로 지역을 옮겨 다이아몬드 4티어라는 꽤 높은 티어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다가 잠시 그만둔 후 시즌4가 되어 이제 다시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한 흔히 말하는 티어 높은 “즐겜유저”입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은 질리지 않는 심심풀이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었고, 게임계에도 관심이 많아 비록 북미서버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인벤도 자주 확인하고, 한국에서 열리는 NLB와 롤챔스도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요즘 롤챔스를 보면 건전한 게임문화 말고도 서로를 헐뜯는 신기하고도, 지양해야 하는 문화가 하나 더 생긴 듯 보입니다. 롤챔스 한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을 응원해주고, 진 팀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댓글보다는 진 팀의 모 포지션의 플레이어를 헐뜯고 비난하고, 심지어는 ‘은퇴’나 ‘퇴출’ 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써 가면서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것은 누구나가 다 공감하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프로들의 높은 수준의 게임만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나 기타 웹사이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국내-해외 서버 상위 아마추어 랭커들의 좋은 플레이 영상에서도 대단하다, 누구일까, 잘한다는 댓글보다는 “이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식의 댓글과 이런 댓글을 비난하는 댓글, 그리고 “저 상황에서 저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건 맞지 않다”라는 댓글이 공존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모든 댓글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 리플로 올라오는 현상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사람들은 왜 모두가 온라인상에서 나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건가요. 이런 사람들을 직접 현실상에서 만나보면 꽤 괜찮은 사람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마지않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달라집니다. 재미있는 수업과 아이들을 향한 사려 깊은 배려를 베풀어 주시는, 직업에 충실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왜 온라인 게임 상에서 흔히 말하는 “마우스 삑” 으로나, 아니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긴 나쁜 플레이로 모두의 비난과 주위사람까지 모두 끌어당겨져서 모욕을 당해야 합니다. 어디에 나가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 자신이 있다는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티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상위 티어인 사람들에게 망신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아무 장애물 없이 미래를 설계하고 응석을 부리며, 어린이다운 꿈을 꾸어야 할 초등학생들이 왜 리그오브레전드 라는 게임에서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를 배워오는 현상도 생깁니다. 흔히 “패드립”이라고 불리 우는 부모님을 모욕하는 욕을 하는 사람들이 초등학생이라는 반 억지스러운 주장을 보고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티어부심” 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게임플레이 동영상에 조심스레 적어놓은 나쁜 뜻이 아니었던 의견 제시 리플이 흔히 말하는 “입롤”로 치부되어 억울하게 비난받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서버에 정착해서 심화된 듯 보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문제에 제가 생각해 본 한 가지 근원은 한국에만 특수하게 있는 문화인 “존댓말”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에 사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기본 에티켓 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 라는 게임이 워낙 빠르게 흘러가고 또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플레이어들은 실제 게임 창에서 존댓말을 일일이 사용해가며 채팅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사소한 지적 하나도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기분 나쁘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플레이하는 북미서버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영어에는 딱히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에 랭크게임 밴/픽에 대한 의견공유나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채팅이 노골적인 비속어나 대문자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비난의 의미가 담겨있는 말인지, 아니면 그런 말이 아닌지 구별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간혹 비속어를 섞더라도, 플레이어 하나를 지칭하지 않는 한은 플레이어들이 그런 소리에 잘 대꾸하지 않습니다. 반말과 존댓말, 가끔씩은 욕이 섞여있는 아슬아슬한 한국서버 게임의 채팅창보다 스펙터클함은 덜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게임 환경은 “즐겜” 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이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고, 혹 게임 결과에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 북미서버에서의 스트레스는 게임을 졌다는 것에 대한 짜증이 대부분이지 한국서버처럼 우리 팀, 혹은 상대 팀에 있는 자신에게 비난을 퍼부었던, 혹은 자신이 비난했던 한 플레이어에 대한 분노가 게임이 끝나고 표출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신조어인 “입롤” 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하나 제시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첫 번째로 비난과 두 번째로, 랭크 티어를 운운하며 비꼬는 리플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겠습니다. 모두에게 애매한 챔피언이라고 출시 당시 평가를 받았던 루시안이 시즌 초반 밴픽율 1위를 점유하며 대세픽으로 올라섰을 때, 흔히 보였던 댓글은 “이제 랭크에서 루시안충이 많이 보이겠네.” “아. 충들이 많이 늘어나겠구나” 가 대부분입니다. 비난과 짜증을 내지만 그 비난이 어디가 정당한 것인지 설명할 수가 없는 댓글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급변하는 게임이고, 이에 따른 패치도 자주 일어납니다. 프로게이머들은 이러한 변화를 재빨리 파악해 다음 대회에서 쓸 가장 걸맞은 챔피언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연구는 아마추어인 우리들보다는 훨씬 깊은 연구인 것도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런 픽과 메타들을 대회에서 활용하면서 아마추어인 우리에게 새로운 메타를 소개하고, 발굴되지 않은 OP챔피언들을 알려줍니다. 아마추어인 우리들이 프로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는 것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요.
과연 대회픽을 연습해 랭크게임에 들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대회충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대세픽이 아닌 픽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대세픽이 아닌 챔피언만 픽해야 하나요. 혹은 우리가 자신 있는 챔피언이, 지금 대세가 아니라고 해서 “트롤러”로 치부하는 현실이 맞는 현실일까요.
프로게이머와 팬들의 관계에서 “입롤” 은 더욱더 심해집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지 한국에서 이제 1년 반을 넘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현실이기에 아무리 가장 오래된 프로팀이라고 해도 1년 반에서 2년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짧은 팀들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팀도 자주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10회도 채 되지 않은 롤챔스에서, 한 팀이 8강에서 떨어지면 앞에서 짚었듯이 이긴 팀을 축하하는 댓글 이전에 진 팀을 비난하고 플레이어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더 많이 달립니다. 진 팀을 격려하는 댓글에는 진 팀의 이름을 붙이며 “-충”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사실 게임은 많은 패치가 있고 또 급변하는 인프라를 갖추었기 때문에 한 팀이 최고의 정점에 올라섰을 때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란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프로들은, 자신들이 프로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합니다. CJ 블레이즈의 탑 라이너를 담당하고 있는 이호종 선수가 하루에 7시간씩 라인전 서스테인 연습을 하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 하루에 15시간, 혹은 그 이상씩 식사시간과 수면시간, 그리고 사생활시간을 아껴가며 연습을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하루에 길어야 게임시간이 5시간이 되지 않는 아마추어들의 어설픈 이론을 들으며 비난받아야 하고 그 분을 삭여야 합니다. 대회에 열심히 준비해 출전해서 안타깝게 예선, 8강, 준결승에서 떨어진 것도 분한데, 자신을 좋게 봐주지 않는 팬들에게 사과 메세지를 남겨야 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 삭발을 감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프로게이머들도 사람입니다. 자신의 폼이 떨어졌다는 것을 팬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게이머 그 자신입니다. 프로게이머의 가장 큰 자산은 상금이 아닌 팬들임이 확실하고, 팬들이 프로게이머를 사랑해 주어야 비로소 그들도 즐겁게 연습을 하고, 비록 대회에서 져 떨어지더라도 옆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음을 알고 금방 슬럼프를 털어내고 새 도약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고사성어로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입장이 한번쯤은 되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제가 앞서 말한 모든 문제들의 해결방안은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하든, 아니면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든 이유 없는 비난을 하고 이유 없는 욕을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일일이 가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역지사지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을 상대할 때, 그 환경이 어디에서든 간에 서로가 기분 좋게 윈-윈 할 수 있는 기본 로직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두가 게임에 관해서 한 마디를 할 때, 아니면 플레이에 관해서 토론하거나 지적하고 싶을 때, 최대한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키보드에 손을 대기 전에 몇 초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조금 더 성숙한 게임문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 같은 게임문화를 즐기는 “문화인” 으로써, 지금까지 게임을 즐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을 모두에게 촉구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